일상/독서 reading

배제되는 이들을 위한 기술이 필요하다. '사이보그가 되다 - 김초엽, 김원영'[독후감]

은성 개발자 2023. 2. 8. 10:23
728x90

우연히 '제4회 인공지능인문학 추천도서 독후감 경연대회'를 봤다.

지정된 도서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 '김초엽'님이 쓴 책인 '사이보그가 되다'를 발견했다.

그저 좋아하는 책이니깐 읽기 시작했다.

주제는 인공지능이었지만 인공지능만을 국한해서 쓰고 싶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읽기 바랐다. 자신이 만든 것이 누군가를 배제하지 않는지 확인하게 되기 때문에 독후감을 주제에 맞지 않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 썼다.

어차피 상을 바라지 않고 썼던 거라 상관없었다. (당연히 수상자 명단에는 내가 없다.)

 

 

아래는 독후감 내용이다.


제목 : 최선의 세계


나에게는 아이디어 수첩이 있다. 앱과 웹이나 인공지능을 만드는 게 내 꿈이라 수첩에는 다양한 서비스들 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시각장애 여성을 위한 생리대 표시 앱이다. 한 시각장애인 유튜버의 영상을 보고 그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영상의 주제는 갑자기 생리가 터져서 근처 편의점에서 구매하러 갔을 때 어떤 생리대인지 알 수 없다는 문제였다. 생리대는 여성의 필수품인데 시각장 애여성은 이런 난관이 생긴다. 결국 그는 지인과 영상통화로 어떤 생리대를 사야 하는지 물어봤다. 이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생리대를 비추기만 하면 생리대 이름, 종류 (대형, 중형 등), 가격 등이 음성으로 알려주 는 앱이 있으면 좋겠다고 수첩에 적혀 있다.

‘하지만, 분명 이게 최선의 방법일까?’라고 고민했다. 시각장애여성은 휴대폰으로 앱을 킨 다음에 생리대를 카메라에 비추고 음성으로 특징을 하나하나 알아가며 사는 과정이 비장애여성과 달리 시간과 노력이 든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음성으로 알려주기는 시각장애인의 점자 문맹률이 낮아 음 성을 사용하는 게 유용하다. 그리고 만일 편의점 제품 가격표에 점자로 설명이 되어 있다 한들 가격표 위에 해당 생리대가 바로 배치되지 않을 확률도 있다. 실제로 동네 슈퍼에 가면 제품 바로 밑에 가격표가 있지 않아 찾아봐야 한다. 또 시각장애인은 눈이 아예 안 보이는 사람도 있지만 흐릿하게 보이는 사람도 있어 카 메라로 사물을 찍을 수 있다. (색깔은 구분하지만 글씨를 읽을 수 없는 경우)

그래서 내가 만들기에 괜찮을 것 같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고안된 게 바로 이 아이디어다. 그러나 뭔가 찝찝했다. 과연 이게 최선일까? 실제로 시각장애여성들이 쓸 수 있을까? 만들기 전에 자문을 구해보는 게 낫겠지? 근데 왜 이런 방식밖에 생각을 못할까. 현재 사회에 맞게 장애인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도움이 되지 않는가. 생각의 꼬리를 물어 깊게 고민했다. 애초에 장애인들은 늘 ‘정상적인’ 규범 속에서 번거로운 단 계를 거치고 있다. 최고의 방법은 없을까? 이 고민들의 열쇠가 ‘사이보그가 되다’였다.

이 책은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모두 읽는 걸 권장하지만, 특히 비장애인이자 IT계열 종사자들에게 추 천하고 싶다. 세상은 너무나도 빨리 변하고 이 변화 속에서 본인이 만드는 기술이 누군가에게 벽을 만드는지 확인해야 하고 현재 해결 방법을 알게 된다. 나 역시 배울 점이 많았다.


기술자는 장애인 배제를 방지하기 위해서


늘 종사하고자 하는 IT 계열 산업의 윤리나 사회 문제에 관심이 있는데, 그중에서 장애인을 배제하지 않 는 서비스가 어려웠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의 입장에서 서비스를 바라보는 건 실수가 일어나기도 한다. 생각 지도 못한 부분에서 차별이 발생하기에 제작자가 잘 모를 수 있다. 그 예로는 VR 게임이다. VR은 대체로 서서 하는데 이때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VR을 하면 높이가 낮은 상태로 인식해서 그대로 게임에 반영되어 버린다. 그래서 특정 장애인이 앉는 모션을 넣은 VR 게임을 못하게 된다. 떠오르는 기술 중 하나인 VR이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잡아 새로운 차별이 생겨버렸다. 이와 같이 기술이 발전할수록 또 다른 차별이 양산된 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기술자는 여러 방면에서 기술을 바라봐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기술이 장애인에게 안 좋은 영향만 주는 건 아니다. 장애인 당사자인 두 저자는 이와 같은 주장을 했다. 장애인은 전동 휠체어나 보청기 등의 기술을 잘 활용하고, 오히려 비장애인보다 일상 속에 기 술과 밀접하다. 그래서 저자들은 장애인을 사이보그로 볼 수 있지 않느냐고 말한다. 대체로 사이보그는 로 봇 몸에 얼굴만 사람이라는 식으로 박혀 있었는데, 세상에 이미 사이보그가 존재한다는 의견이 재밌다.

장애인 사이보그를 위한 기술은 의견을 많이 나눠야 한다. 이런 논의는 지금 잘 이루어져 있다. 장애인에 대한 표준을 만드는 기관이 존재하며 여러 기기나 서비스의 매뉴얼도 갖추어 있다. 게임 등을 제작할 때 매 뉴얼을 참고하면 모든 장애인은 아닐지라도 특정 장애인의 배제를 방지한다. 아쉽게도 매뉴얼이 있지만 여전히 차별은 일어난다. 제작자들이 표준을 모를 수도 있다. 이 표준이 보편화되면 많은 사람들이 신경 쓸 페이지 2 / 3 것이다. 비장애인이 기준이 아닌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변화하면 좋겠다.

이미 장애인을 위한 기술은 있는데 왜 사용을 안 하는지 의문이 가질 때도 있다. 예전에 계단을 오르는 휠체어가 발명돼서 엘리베이터나 리프트 없이 계단을 오를 수 있겠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좋은 일이라고 이제는 계단 때문에 불편한 일이 점점 없어지겠지 하며 넘겨짚었다. 하지만 그 후에도 그 휠체어를 타고 다 니는 사람들이 없어서 의아했다. 왜 그 휠체어를 안 쓰지 싶었다. 이 의문의 답이 책에서 설명되어 있었다. 바로 가격이다. 기술이 있다고 쳐도 기존의 휠체어 값도 만만치 않았는데 고기술이 탑재된 휠체어는 부담을 준다. 물론 좋은 기술이지만 다수의 장애인들이 구입하기에는 금전이라는 벽이 생기고 만다.

보조 기기 가격의 긍정적인 사례로는 ‘오파테크’의 점자 교육 기기이다. 점자 교육 기기를 판매하는 기업의 영상을 봤는데, 제일 중요하게 여긴 게 부담 없는 가격이라고 했다. 점자 교육률이 턱없이 부족하기에 만들었지만 비싸면 금전적으로 어려운 시각장애인에게는 쓸 수도 없는 것이다. 시각장애인의 점자 접근성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최대한 가격이 싼 제품을 개발했다. 즉, 기술 외에도 보조 기기의 가격까지 고려해야 한다.

또 보조 앱도 장애인의 스마트폰 사용률이나 어떻게 사용하는지 등의 사용자 입장에서 고심해야 한다. 실 제 사례로 같은 학과 선배들이 만든 시각장애인을 위한 스마트 지팡이의 앱이 있다. 직접 시각장애인분과 인터뷰까지 할 정도로 많이 공부해서 만든 결과였다. 시각장애인에게는 앱 디자인보다는 사용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큰 버튼과 버튼을 누르면 어떤 버튼인지 설명이 나오는 방식이었다. 앱도 마찬가지로 대상자에 맞는 설계가 필요하다.

그러면 장애인을 위한 제품은 장애인만 특정되는 걸까? 장애인을 위한 제품이나 시설이 비장애인에게도 이로울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책에 나온 사례로는 빨대인데, 친환경을 위해 없애자는 운동이 활발하게 의견이 나올 때이다. 빨대의 기원이 컵으로 마시기 어려운 장애인을 위해서이다. 그 후로 비장애인들도 사용하면서 편하다고 느끼고 보편화했는데, 그것의 기원을 잊어버려 없애자는 말이 나왔다. 나도 그 당시에 빨대를 사용하는 걸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원래 컵을 들고 마시는 건데 굳이 편하다는 이유로 사용하는 건 불필요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빨대의 필요성을 알자 머리가 띵했다. 내가 아무렇지 않게 쓰던 것이 누군가에게는 필요하다. 아직까지 음료에 빨대가 붙어 있지만 빨대가 없어지는 것이 눈에 보인다.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제공하거나 아예 없이 뚜껑만 나오기도 한다. 물론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에 작은 것부터 바꾸려는 시도는 좋았다. 하지만 그 작은 것이 누군가에게는 중요하고 그게 없어져서 직접 가져오는 번거로 움이 추가됐다. 결국 장애인을 위한 물건이 모두에게 편해 상용화했지만, 중요한 목적을 잃어 오히려 정작 필요한 장애인에게 어려움이 늘어났다. 그리고 사회문제들이 서로 얽혀 있어 부딪치기에 해결방법을 여러 다방면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장애인 차별은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사람들이 전보다는 장애인 차별에 관심이 많지만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장애인이 다수이고 비장애인 이 소수라면, 모든 것이 장애인을 기준으로 제작하고 비장애인은 그에 맞춰서 살아갔을 거다. 그렇다면 구 어보다 수어가 보편적으로 사용해서 비장애인의 구강기관이 퇴화할지도 모른다. 현실은 장애인 차별에 관심 이 덜하기에 기술은 빨리 발전하지만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자율주행차가 만들어 운전을 안 하는 미래로 향해 가고 있으나, 현재 계단 리프트의 안전 문제 등 장애인의 이동이 자체가 어렵다. 지금 이동 수 단에 문제가 있지만, 개선하지 않고 이 틈을 내버려두는 건 비장애인중심적인 생각이다. 우리는 세계의 틈 을 하나하나 메꾸고 모든 사람들에게 매끄럽게 만든 후에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물론 미래의 기술도 필요하지만, 개선하지 않고 다음 단계로 가면 이 틈은 더욱 벌어진다.

제일 중요한 건 사람들의 행동과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책에서 나온 안타까운 사례로는 보청기는 보이지 않을수록 비싸다는 것이다. 눈에 안 보이기 위해 작아져서 기능이 떨어지고 비싸도 청각장애인은 산다. 비 장애인처럼 보이기 위한 선택이다. 보청기를 드러내서 겪은 차별적인 대우가 보청기의 기능보다 중요시 여 기고 있다. 사람들이 차별적인 행동을 하지 않으면 청각장애인은 티가 나더라도 효율적인 보청기를 구매하 지 않을까? 보청기 회사도 기능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을까? 장애인은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 페이지 3 / 3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과 태도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 부정적 인 영향을 준다. 장애인은 자아존중감이 떨어지고 다양한 경험을 하기 힘들어진다. 비장애인은 장애인을 만 날 기회가 없어 무지해진다. 바로 예전에 나처럼 말이다.

내가 차별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단언하기 조심스럽다. 아직까지도 장애에 대한 무지가 남아 있다. 그래도 전보다 훨씬 나아졌는데, 바로 SNS덕분이다. 장애인 당사자가 SNS에 영상을 올리며 ‘이런 행동은 차별적입 니다.’라고 설명하고 본인이 받은 마음의 상처나 일상을 보여준다. 나의 도움이 그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게 충격이었다. 이렇게 장애인이 직접 영상을 만들어서 사이버상에 목소리를 내면서 사람들도 그들의 입장에 서 보는 경험을 한다. 일상적인 행동에서의 차별을 깨닫는 것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발화자가 당사자라 공감 하기 쉽다.

책임을 떠넘기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지만, 장애인의 사회문제은 장애인 당사자도 직접 나서야 한다. 비 장애인이 장애인의 입장에 서는 것에 한계가 있다. 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장애인을 고용해서 해당 서비스에 대해 피드백을 주어야 한다. 자문할 장애인을 여러 명 고용해 회사에 파견을 나가서 제품을 직접 써보고 개 선할 방향이나 좋은 점을 알려주는 것도 해결 방안 중 하나다. 아니면 저자가 말한 것처럼 비용이 많이 들 겠지만, 회사 내에 접근성 부서를 유치한다. 하지만 소수의 장애인이 모든 장애인의 대표가 되는 것은 좋지 는 않다. 이렇게 피드백을 받아 해결해도 다른 장애인은 제품 사용에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다. 그래도 어려움을 최소한으로 줄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테스트하지 않는 것보다는 하는 게 낫다. 피드백을 받고 고 쳐 나가면 최선의 방법이 된다.


이 책을 읽고 달라진 마음가짐


사실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는 있으나 만들 생각이 없었다. 직접 만든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에는 책임과 시간, 노력이 필요하고, 내 의도와 달리 타인이 고통이나 차별을 받지 않을까 불안했다. 과연 완벽한 게 있을까? 단점이 하나도 없고 이점만 있는 서비스가 존재하는가? 단점이 있더라도 개선해 나가는 서비스를 만들 것이다. 나에겐 최선의 세계란, 어느 누구든 생활하는데 지장이 없지만 문제가 생기면 서로 대화를 나누며 함께 해결해 나가는 세상이다. 그게 두 저자가 바라는 세상이라고 믿는다. 사회적 약자를 배 제하지 않고 최대한 쉽게 이용하도록 수정하고, 피드백을 받을수록 그것이 최선의 수단이 되고, 이런 게 많아지면 최선의 세계가 되지 않을까? 최선의 세계를 향해 가는 길에 이바지하며 노트북을 달고 사는 사이보 그가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내가 개발하고 싶은 서비스 2가지를 적는다.

1) 시각장애여성을 위한 생리대 알림이

– 시각장애인을 위해 (더 나아가) 모든 제품에 대한 설명을 알려준다.

2) 카드 뉴스 등의 이미지 텍스트를 읽어 들여 텍스트를 입히는 서비스

- 시각장애인이 인터넷 쇼핑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당사자가 아니니 직접 물어보고 이 서비스를 어떻게 만들지 같이 의논하고 만들고 싶다.

이것들이 장애인의 차별을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지만 그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지금 당장 쓸 수 있지만, 나중에는 이런 서비스가 필요 없을 정도로 모두에게 매끄러운 세계이길 바란다


 

 

다른 얘기지만 일본에 다녀오면서 사이보그가 되다가 일본어판이 있어서 놀랐다.

소설도 아니고 장애인에 관한 논문 같은 책이 일본어로 번역되어서 팔고 있었다.

확실히 일본 지하철을 보면 엘레베이터는 무조건 있고 길의 턱 같은 걸 줄이려는 느낌이 들긴 했다.

이 얘기를 일본인에게 물어봤는데 우리나라보다 훨씬 전부터 고령화 사회로 들어갔기에 노인들을 위해 배리어 프리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일본인들이 이런 문제에 관심이 많으니 사이보그가 되다가 일본어 판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한참 멀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집 근처 지하철 역은 엘레베이터가 없어 노인분들이 계단으로 힘겹게 올라간다.

누구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728x90
반응형